본문 바로가기

미국 생활

미국 (변호사 없이) 시민권 신청하기

https://www.cnn.com/travel/article/us-passport-fee-increase/index.html

어느 덧, 미국에 산 지 만 10년이 넘어간다. 처음엔 대학 학부 생활을 위해 유학생으로 왔는데, 대학교를 졸업하더니 다행히 잘 취업하고 어느 새 정착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미국 영주권은 미국 시민과의 결혼을 통해 땄지만 미국 시민권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변호사 없이 혼자 처리해서 잘 받았기에 공유차 글을 쓴다. 


미국 영주권 획득 배경

서론에서도 잠깐 언급했다싶이, 미국 영주권은 한인 교포와의 결혼을 통해 획득했다. 대학 졸업후라 이른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에 대한 자신이 있어서 일찍 결혼을 했더랬지. 외국 유학생의 신분이었기에 대학 졸업 이후 OPT (Optional Pratical Training)이라고 졸업 후 일정 기간동안 미국 정부에서 취업 허가를 받는 비자 제도를 신청했었다. OPT 기간이 끝나기 전에 결혼을 해서 바로 미국 영주권 신청을 했었고 (이것도 변호사 없이 스스로 진행함) 어렵지 않게 영주권 획들을 할 수 있었다. 


미국 시민권 신청 배경 

미국 영주권 획득 후 5년 후에 미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이 되었지만, 굳이 시민권을 신청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영주권으로도 미국에서 살아가는 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미국 영주권자로써 학자금 대출을 신청해서 미국 석사 과정도 잘 마쳤고, 집을 사거나 차를 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고, 소득세도 매년 잘 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굳이 불편함이라하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 한다는 것이랑 미국에거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민처럼 보호를 받지 못 한다는 점? 지금은 헤어졌지만 전남편이랑도 향후 한국에서 살 가능성을 생각해 굳이 나의 한국 시민권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2019년에 이혼을 하고 2020년 초반에 트럼프 대통령 임기동안 진행되었던 차별적인 immigrant executive order 때문에, 아무리 내가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땄고 미국에서 체류를 하더라도 뭔가 '어느 순간 내쳐질 수도 있겠다'라는 막연함 불안감이 생겼다. 물론 이민 관련 법과 정책은 대통령마다 다르고 트럼프 임기 때 조금 더 격변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앞으로 적어도 10년은 더 살 계획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아예 평생 살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내는 동안에는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보호받는 게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라는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서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미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의 경우는 최소 5년 동안의 영주권 유지 조건에 부합했다. 


미국 시민권 프로세싱 타임라인

시민권 신청 접수 후 시민권 승인 받을 때까지 1년 4개월 정도 걸렸다. 코로나 시국을 감안한다면 생각보다 엄청 빨리 진행된 느낌? 나는 시애틀로 이사 후 신청했기 때문에 processing time을 보니 17.5개월 이상으로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다른 텍사스 도시나 로스 엔젤레스에 비해서 확실히 시애틀이 조금 더 오래 걸리는 편이긴 하다. 

1. 시민권 신청

미국 영주권 신청할 때만 해더라도 (2015년) 신청서와 증빙 자료를 모두 뽑아서 우편으로 부쳤었는데,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그 사이에 이민국 시스템이 많이 자동화 되어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민국 (USCIS) 웹사이트에서 N400 신청서 작성을 시작했다 (시작해도 온라인 상에 저장이 되기 때문에 그 즉시 끝내지 않아도 된다). 

 

Part 1. Information about your eligibility (미국 시민권 신청 조건)

나의 신청 부합 조건은 (1) 만 18세 이상이고 (2) 미국 합법적인 영주권 유지 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이라는 것. 

Part 2. Information about you

 

내 기본적인 정보 작성하는 섹션. 나는 결혼 때문에 영주권 성이 내 한국 성과 달랐기 때문에, 내 시민권에는 다시 내 본연의 성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작성을 하였다. 한국인들은 중간 이름(middle name)이라는 개념이 없지만 만약 Middle Name를 넣고 싶거나 이름을 변경하고 싶다면 Name Change 섹션을 작성하면 된다. 

 

Part 3. Accommodations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and/or impairments 

 

이민국 현장 오피스에서 인터뷰 및 선언식을 할 때 혹시 몸이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수화 가능한 사람이라던지, 휠체어라던지, 등등). 

 

Part 4. Information to contact you

 

신청자의 연락 가능한 정보 (전화번호와 이메일) 작성하면 끝! 한번도 직접적으로 연락 온 적은 없다. 

 

Part 5. Information about your residence 

 

지난 5년 동안 거주했던 집의 모든 주소를 써내야 한다. 중간 중간 자가에 살지 않았더라도 어느 곳에서는 체류했기 때문에 중간에 비는 기간이 있으면 안 된다. 

 

Part 6. Information about your parents 

 

부모님이 미국 시민이면 작성해야 하지만 나는 두 분 다 한국분들이시기 때문에 No라고 체크하고 작성하지 않았다.

 

Part 7. Biographic information

 

개인 신상정보 (인종, 키, 몸무게, 눈/머리 색깔 등등)을 작성하면 된다. 

 

Part 8. Information about your employment and schools you attended 

 

지난 5년 동안의 근무 기록 내지 학교 기록을 작성하면 된다. 중간에 비는 기간이 있으면 안 된다. 만약 그 비는 기간이 실직 상태라던지, 아니면 직장과 직장 사이의 잠깐 쉬는 기간이었다 하더라도 모든 기간이 명시가 되어야 한다.

 

Part 9. Time outside of the United States 

 

지난 5년 동안의 미국 체류 중, 미국 외의 나라에 얼만큼 방문했는지 기록하는 부분이다. 내가 알기론 미국 영주권자라 하더라도 미국 외에서 일정기간 이상 거주하면 (1년 이상이던가) 영주권을 상실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나는 여권과 여행 기록을 찾아보니 지난 5년 동안 4개국을 76일 동안 방문하였다. 

 

Part 10. Information about your marital history 

 

결혼 여부에 관한 섹션. 결혼 여뷰가 없다면 pass하면 된다. 나는 결혼한 적이 한 번있고 이혼을 했기 때문에 divorced에 체크하고 전남편에 대한 정보를 9번 섹션에 작성했다. 이혼 해도 여전히 그의 정보를 기억해야 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결혼하고 이혼한 건 사실이고 평생 따라다닐 정보이기 때문에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참으로 씁쓸하다.

 

Part 11. Information about your children 

 

영주건 획득 여부와 상관 없이 부양하는 자식이 있다면 작성해야 한다. 나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pass.

 

Part 12. Additional information about you (이상적인 시민 조건)

물론 다른 부분을 작성하는 데 사실만 포함하고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이 섹션이 아마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약간 질문들이 까다로우면서도 헷갈릴 수 있게 작성이 되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다르게 대답한다면 인터뷰 할 때 곤혹을 치룰 수 있다. 

 

질문 1번부터 44번까지는 나는 모두 No로 대답을 했다. 하지만 만약 하나라도 부합되는 질문이 있다면 그 사실을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사실대로 말을 하는게 후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다는 포럼글과 유튜브 영상들을 봤다. 나는 다행히 불법적인(?) 행동이나 누구에게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질문들에 대답하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하나라도 대답이 다른 상황이라면 이런 경우에는 변호사 자문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45번부터 50번까지는 대략적으로 미국 정부 시스템을 믿고 따르겠냐는 질문이라 나는 Yes.

 

Part 13. Applicant's statement, certification and signature 

 

미국 시민권 신청자가 마지막으로 사인하는 섹션. 나는 혼자 다 준비를 했고 스스로 영어를 읽고 쓸 수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작성하고 사인하고 신청서를 냈다. 

 

Part 14. Interpreter's contact information, certification and signature 

 

만약 신청서의 영어를 읽고 쓰는 데 문제가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면 통역가의 신분 정보와 사인이 필요하다. 만약 변호사가 통역 일도 같이 병행했다면 변호사가 작성하고 사인을 할 것이다. 

 

Part 15. Contact information, declaration, and signature of the person preparing this application if other than the applicant 

 

만약 나처럼 혼자 준비하지 않고 변호사의 자문을 통해 작성했다면 변호사의 신분 정보와 사인이 필요한 섹션.

 

Part 16. Signature at interview

 

신청서 리뷰가 끝나고 인터뷰가 끝나는 시점에서 아마 이민국 인터뷰어가 사인하는 섹션이겠지만, 요즘은 모두 자동화가 되어서 굳이 신청서를 인쇄해서 가져갈 필요도 없고 모든 사인은 아이패드로 모두 자동화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전혀 작성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미국 시민권 신청서 접수 그리고 처리비용

 

나는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했고 변호사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신청 과정 자체에 대한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 신청하는 자체에 비용 ($725)를 지불했다.

2. Biometrics Reuse

보통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 후 이민국 신청 지원 센터에 가서 사진과 지문을 등록해야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영주권 신청할 때 이미 했던 과정이고, 아마 코로나 시국이라 왠만하면 센터에 오는 신청자들의 수를 줄이고 싶어했던 것인지 이민국에서 영주권 신청 처리할 때 썼던 내 사진과 지문을 그대로 쓴다고 연락이 왔다. 

3. 인터뷰 일정

시민권 신청 처리 과정이 만 1년이 지나도 전혀 소식이 없길래 어느 정도 기대감을 접고 잊고 살고 있었는데, 9월 말에 갑자기 인터뷰가 잡혔다는 소식을 받아서 내심 놀랐었다. 2022년 초에나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가 잡히고 나니 생각보다 나머지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4. 시민권 인터뷰 & 선서식

미국 시민권 인터뷰 후기는 여기에서 확인하세요.

 


 

영주권 때는 오히려 한국에서 가족 관계 증명서니 범죄 기록이니 공문서를 떼고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 것이 꽤 있어서 혼자 진행하는 과정이 꽤 까다로웠는데, 오히려 미국 시민권은 이혼 문서와 소득세 신고서 말고는 딱히 준비해야 하는 서류들이 없어서 오히려 더 편하고 금방 끝난 것 같다. 뭔가 미루고 미루던 시민권 신청을 결국 하고 받아서 뭔가 bittersweet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직 나는 한국인이라 생각하는데 이 새로운 국적에 적응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