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사색

이혼, 그 가볍고도 무거움에 대하여

루루 lulu 2021. 1. 12. 15:55

왜? Why?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내 개인적인 얘기는 1:1로 할지언정) 이런 공개적인 플랫폼에 잘 공유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 것이다. 지난 1년 넘게 정말 마음 고생도 많이 하고, 그로 인해 육체적으로도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결혼 결정을 내렸을 때 (지금 생각하면 참 어렸지만) 그 당시에는 "이 정도 나이면 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내릴 수 있지" 라는 안일한 생각과 아직 세상 물정 잘 몰랐던 미숙함, 그리고 너무 약지 못하는 내 성격 때문에, 조금 더 나에게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던 이 이혼이라는 싸움을 비교적 조용히 처리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smh). 이 과정을 온전히 혼자 헤쳐 나가는 동안 내가 그동안 몰랐던 점, 일찍 알았었으면 더 좋았을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람들 저마다의 스토리는 다 다르겠지만, 혹여 나의 얘기를 읽고 그 사람들의 이혼 과정이나 심적/육체적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어 진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다. 읽다보면 내가 "참 일 바보같이 처리했구나"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공유하기가 살짝 창피하지만, 그래도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덜 본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이혼 케이스는 부부마다 다 다릅니다. 참고로만 봐주세요.

++ 이혼 소송 절차는 주마다 다릅니다. 제 케이스는 텍사스였어요.

++ 글이 엄청 길어요. 요약본은 밑에 봐주세요.


  • 귀책 사유 유무와 상관 없이 (거의) 재산 분할은 50:50
  • 결혼 전 결혼 동의서 꼭 쓰세요 (Prenup)
  • 결혼 후 재산 관리에 대해서 결혼 전에 상의하고 결정하세요
  • 공동 재산에 대한 가계부를 꼭 작성하고 투명하게 관리하세요
  • 공동 재산은 왠만하면 팔아버려서 현금으로 돌리세요
  • 자식이 있는게 아니면 이혼 소송 중에 마약 검사 요구 (아쉽지만) 못 합니다
  •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든 병원 기록은 남기고 보관하세요
  • 합의 이혼이라도 이혼 자체는 엄청 스트레스 받는 일입니다. 자기 관리 꼭 하세요.

서론 Intro

짧지만 길다고도 할 수 있는 6년의 결혼 생활이 끝났다. 지난 1년은 정말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겨우 헤쳐나왔다. 물론, 사랑해서 결혼 했고 그 선택에 후회 없을 거라고, 내 생에 설마 내가 이혼을 할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 했다. 그만큼 믿었던 만큼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뿐만 아니라 온 몸을 찍혔다. 여느 다른 사람들 결혼 생활처럼 우여곡절이 많았고 행복할 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끝이 오더라.

 

약혼하고 결혼할 당시에 또래에 비해 엄청 일찍하는 결혼이고 미국 결혼 문화는 하나도 몰랐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시 내가 체크해야 할 부분을 간과하고 모르고 지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머리채를 뜯으면서까지 말리고 싶지만). 결혼 준비도 코디네이터 없이 들러리 친구들과 일일히 다 준비했고 아직 미국 생활에 100% 적응되지 않아 몰랐던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내 결혼 생활에 대해서 내가 신께 맹세까지하며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 대학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결혼했고 여유로운 가정환경이 아니었기에 모아둔 재산이나 증여받은 재산은 없었지만, 빚은 $0 이었다는 것. 학자금 대출도 없었고 자동차 할부니, 병원비니 보통 미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빚들이 나에게는 아예 없었다.
  •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눈 돌린적도, 흑심을 품은 적도 없다. 가까이 있든 멀리에 있든 항상 진실을 얘기하고 진심을 다해 대했으며 파트너에게 거짓말 한 적 없다. 내 친한 친구라면 잘 알 것이다.
  • 한국에서 자랐고 부모님을 통해 시댁 문화를 잘 알기에, 한국인 며느리로써의 도리는 늘 했다. 최고의 며느리는 아니었을지언정, 적어도 시댁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반감을 갖거나 내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적 없다. 이런 부분은, 아직까지도, 한국이든 미국이든간에, 며느리에게 그 도리가 더 강요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이혼 결정을 내리기까지

텍사스에는 총 7가지의 이혼 사유(3가지 무귀책 사유/4가지 귀책 사유)가 있다. 자세한 사항은 이 링크에서 확인.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내 케이스는 2가지 귀책 사유로 인한 이혼 소송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귀책 사유로 인해 내가 이혼을 요구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대편에서 오래 전부터 이혼 요구를 해왔다. 자기는 이상적인 남편감이 아니라는 핑계를 들면서. 그 땐 몰랐다. 그냥 여느 다른 부부들이 그렇듯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이 조금 더 오래 걸리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실들을 알고난 후에도, 나는 이혼을 주저했었다. 여러 이혼 변호사들과 상담을 하고 이혼 절차들에 대해 배워가면서 내가 그 많은 스텝들을 나 혼자 오롯이 버텨낼 수 있을까 겁이 났다. 내가 한 내 인생의 결정에 대해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내가 눈 딱 한 번 감고 넘어가면 되는 걸까? 나뿐만 아니라 이 상처를 같이 공유할 내 가족은? 그 상처를 내 가족한테 주고 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 사람에게 참 고맙게도) 나에게 이혼 결정을 내리게 할 중대한 사건이 있었고, 오히려 지금은 그런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용기를 냈던 나 자신에게 고맙다.


무귀책 사유 (합의 이혼)

  • Insupportability 성격 차이
    • 직역하면 둘 다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상호 합의 간에 이혼 사유로 얘기하는 것이다. 그게 성격 차이가 되었든, 금전적인 상황이던 간에. 나는 그냥 이 사유는 좀 더 성격 차이가 제일 적합하지 않나 싶다.
  • Living apart 3년 이상의 "물리적" 별거
    • 서로 간의 합의가 된 별거여야 한다. 일방적으로 한 쪽이 떠나는 사유는 적용되지 않는다.
  • Confinement to a mental hospital 정신 병원 감금
    • 어떤 사유(사고든,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가 되었든 간에 아내/남편이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경우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한다.

귀책 사유 (이혼 소송)

  • Cruelty 잔혹 행위
    • 언어적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학대 당하는 것 뿐만 아니라 남편/아내로써 의무를 성실히 이행되지 않을 때 쓰이는 귀책 사유. 귀책 사유 자체가 상대적인 부분이라 법정에서도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이것 역시 정황이나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문제 없이 귀책 사유로 소송걸 수 있다.
    • 자신의 행동이나 위치에 대한 거짓말이나 (아마 위치 추적 증거가 필요하겠지?), 가정 폭력으로 인한 상처나 입원 병력이 있거나, 부부 관계 중 상대편 때문에 성병을 옮게 되거나, 객관적인 사회 통념을 생각했을 때 누가 봐도 상대방이 아내/남편으로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 Adultry 간통죄.
    • 꼭 물질적인 증거(바람피는 사진이라던지 영상이라던지)가 있지 않아도 된다. 정황상의 증거들을 변호사와 충분히 상의하고 접근할 수 있는 최대한의 리소스 중에서 증거들을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
  • Felony conviction 중범죄 저지름
    • 살인, 유괴, 납치, 마약, 등등. 말해 뭐해?
  • Abandonment 자발적 출가
    • 파트너가 자발적으로 공동 거주지를 1년 넘게 출가하고 그 떠난 목적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내연녀/남 거주지로 이사라던지. 서로간의 합의 없이 혼자 공동 거주지를 떠나 자기 명의로 된 거주지에서 지낸다거나. 일방적으로 상대방이 다시 합가할 생각이 없는 게 분명할 때 쓰는 귀책사유.

이혼 과정 중 당부하고픈 말

누구에게 귀책 사유가 있던, 왠만하면 미국에서는 50:50

 

텍사스는 community property state으로 결혼 후 생긴 공동 재산에 대해서 반반으로 나누도록 명령한다. 이 공동 재산에는 같이 일구어 온 집이나 자산뿐만 아니라 빚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전업 주부인 아내 때문에 남편이 주수입을 벌어왔다 하더라도, 남편이 사업한다고 빚을 왕창 만들어도 법원에서는 그 근원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고 거의 반반으로 그 책임을 나눈다.

 

하지만 50:50으로 나누는 것은 재산 분할에 대해서 도저히 상호 간에 조정이 되지 않을 때의 얘기이다. 마지막으로 이혼 합의서를 제출하기 전 서로의 변호사들을 통해 재산 분할에 대해 조정하고 합의하는 것이 (귀책 사유가 있던 없던 간에) 대부분이다. 조정이 되지 않아 법원이 결정을 내리는 경우, 상대방의 귀책 사유가 정말 너무나도 극악해 피해자가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가 없거나 재시작이 불가한 이런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귀책 사유로 이혼 소송을 하더라도 47:53 정도의 비율로 나눠지지 20:80같이 나눠지지 않는다.

 

결혼 하기 전 모든 개인 재산이나 빚에 관해서 공증 문서 꼭! 쓰기 (Notary and Prenup - Prenuptial Agreement)

 

왠만한 미국인들은 다 하는 과정이지만 나는 전혀 몰랐다. 모르는 것도 당연한게 나는 결혼 전에 가지고 있던 자산이라던지 빚이라던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사실 할 필요가 없었던 부분이 더 크다. 하지만 20대 후반 - 30대 중반에는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을 하고, 적던 많던 간에 자기가 모아논 돈도 있을 것이고, 조금 일찍 준비를 시작했다면 본인 명의로 된 콘도나 타운홈이 있을 수도 있고. 차도 있을 수도 있고.

 

그래서 결혼 전에 결혼 동의서를 서로 작성하고 공증을 받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공증 문서는 혹여나 이혼 과정 중 재산 분할에 대해 논의할 때 가정 법원에서 개입할 수가 없다. 이미 결혼 전에 서로 동의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혼 과정 중에 파트너가 가지고 있었던 집이 탐난다고 해서 그 부분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물론 그 집에 대해서 결혼 후 모기지(집 대출금)을 같이 갚아 나갔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래서 혹여나 결혼 전에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 약혼자와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상의하고 서로 합의할 것.

 

애초에 "니건 내거고 내거도 내거지"라는 마인드의 약혼자라면 결혼할 가치가 없다.

 

결혼 후 공동 재산, 공동 명의, 공동 빚에 대하여 꼼꼼히 생각하기

 

결혼 후에 공동 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고, 공동 명의로 된 집이나 차를 구매할 수도 있을 것이고, 생활하면서 적든 크든 공동 빚 (가구, 학자금 대출, 가전 제품, 등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생활비 각출을 많이 선호하고 또한 대부분의 미국 부부들은 그렇게 생활한다. 합치든 각출하든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나도 처음엔 생활비 각출이었다가 나중에는 합쳤다.  합친거 자체에는 후회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동 명의가 되는 부분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내 명의로 된 집을 갖는 것은 인생 목표 중 하나다. 나도 여유롭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미국 온지 채 10년도 안 되었을 때 내 명의로 된 집을 샀을 때, 너무나도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도 아주 잠깐이었다. 재산 분할하는 과정에서 집을 구매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처리하는 부분이 골칫덩이가 되었다.

 

차도 마찬가지었다. 둘 다 신용 점수가 좋았기에 전 남편이 새 차를 살 때 자동차 할부에 내 명의도 올려놨다. 말만 명의이지 난 한번도 그 차를 몰아본 적이 없다 (수동이라). 월급을 이미 합쳤기 때문에 공동 계좌에서 각자 차 할부금이 나갔다. 나중에 그 사람이 파산 신청을 했을 때 난 한번도 몰아본 적도 없는 차에 대해서 할부금을 오지게 덮어쓸 뻔 했다. 은행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기에. 결과적으로는 나는 내지 않아도 되지만 그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그러니 특히 공동 빚에 대한 명의는 두 번, 세 번 생각하기.

 

수입의 흐름을 기록으로 잘 남겨두고 서로 가계부 투명하게 공유하기

 

생활비 각출이든 공동 계좌든 간에. 서로 공동으로 지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내 수입의 얼마 부분이 들어가는지, 어떻게 신용 카드값이 밀리지 않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일수도 있고 나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결혼 초반에는 내가 가계부를 정리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전남편에게 온전히 맡겼다. 왜? 1) 그 사람은 회계사이다. 남의 회계 장부와 돈을 관리하는 직업인 만큼 우리 돈도 잘 관리할 거라 믿었다. 2) 가계부 책임이 남편으로 넘어가고 부터는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기가 힘들었다. 그 사람이 엑셀로 매달 정리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내 수입의 얼마가 고정 지출 비용으로 들어가는지, 왜 내 매달 용돈은 이거밖에 안되는지 알기가 힘들었다.

 

내 수입이 얼마의 비율로 공동 비용에 지출이 되는지 잘 알고 있고 기록으로 잘 남기자. 나중에 위자료 청구할 때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공동 명의의 재산 (i.e. 집, 자동차) 있으면 왠만하면 빨리 팔아버리고 차액을 나눠 가지기

 

나같은 경우는 상대방이 내가 요구한 위자료만큼의 현금이 없었다. 그 대신 그의 상응하는 빚을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위자료가 1억이고 내가 현재 소유하는 차 할부값이 4천만원이면 그 차 할부값의 명의와 채무를 그 사람이 가져가는 것.

 

여기서 내가 또 실수를 했다. 집이든 차든 뭐든, 갖고있는 "부동산" 종류는 하루라도 빨리 팔아서 현금으로 돌리고 그 현금을 나눠 가져라. 그 현금을 부부 공동 빚을 갚는데 쓰든, 현금 나눠 가진 후 다시 위자료로 돌려주든 간에. 나는 이 실수 때문에, 그리고 그 사람이 파산 신청한 덕분에... 위자료 한 푼도 못 받는 상황이 생겼다. 아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파산 신청에 대해서 글 쓸 때 자세히 썰을 풀겠다. 어쨌든, 공동 명의로 된 자산을 빨리 현금화 시킬것!

 

마약 검사는 본인 동의 없이는 초상권 침해. 자식 친권때문이 아니면 법적으로 마약 검사 요구가 안된다.

 

담배든 술이든 마약이든 개인이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전혀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다. 개인의 기호에 관한 부분이고, 내 개인의 가치관으로 나는 안 하는 것 뿐이지 남에게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파트너가 이런 개인의 기호때문에 결혼 생활에 영향이 간다고 하면 이것은 다른 얘기가 된다.

 

결혼 전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고, 결혼 후에 알게 되었다.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고 그 당시에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 그 사실 자체뿐만 아니라 나에게 감춰왔다는 사실때문에. 하지만 부부로써 같이 헤쳐나가고 줄여나가는 쪽으로 결정했다.

 

후에 이혼 결심을 하고 여러 가지 증거들을 준비하면서 결혼 초반에 들었던 얘기보다 더 상당한 부분이 아직도 감춰져왔다는 걸 알아냈다. 그리고 그 부분들 때문에 결혼 생활 후반 부분이 많이 영향을 받아왔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상대방에게 귀책 사유가 있기 때문에 이혼 소송 과정중에 법원에 공식적으로 마약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지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우리 둘 사이에 자식이 있으면 친권 부분에 있어서 이 마약 중독 부분이 아주 안 좋게 적용이 된다. 하지만 우리 둘 사이에는 자식이 없어서 법원에서 마약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내라고 명령할 수는 없다고 한다. 피해자의 알 권리가 초상권 침해라는 핑계로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부분이라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피부 조직을 모아서 실험실에 보낼 생각은 하지 말 것. 그것이야 말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이루어지고 그 사람의 사생활에 대해서 캐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 개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어떤 마약에 얼만큼 중독 되어있는지는 쓰지 않을 것이고 공적으로 말할 생각은 전혀 없다.

 

결혼 생활 중 받게/얻게 된 상처나 질병은 꼭 병원 기록을 남기고 저장해 둘 것

 

상대방에게 작든 크든 어떠한 행동으로 인해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진단서를 받고 사진으로 상처든 증상이든 남겨둘 것. 예를 들면 폭력으로 인한 상처라던지, 파트너에게서 성병이 옮아왔다던지. 텍사스 이혼 사유 중 cruelty 에 이 부분이 적용될 수 있고 이 부분이 재산 분할에 있어서 50:50을 43:57로 조금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던지, 이혼 조정을 할 때 유리하게 작용된다.

 

애초에 이런 식의 아픔을 주는 파트너라면 굳이 결혼 생활을 유지할 필요는 없겠지만.

 

++ 이 부분은 남자든 여자든, 어린 아이이든 노인이든 누구에게나 해당된다.

 

힘들고 아픈 나를 케어해 줄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

 

휴스턴에 있을 수 가 없었다. 견디기 너무 힘들었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내가 모르게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마주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듯이 휴스턴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커리어 측면으로 잘 풀려서 쉽게 이사할 수 있었다). 아주 가까운 친구들만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알지, 그 사람이나 나나 따로 공적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들은 아마 내 소셜 플랫폼에서 뭔가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어줍잖게 추측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직접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을 정도로 얼굴에 철판을 깔은 것도 아니기에 뒤에서 숨죽여 보고만 있었겠지.

 

끝이 어떻게 났던 간에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결혼을 결심했고, 결혼 생활이야 누구에게나 그렇듯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다. 다 사랑과 희생으로 감싸안고 갈 자신이 있었기에 어린 나이에 그렇게 결정했다. 한번도 내 인생에 있어서 잘못된 결정을 한 적이 없었고, 후회한 적 없었다.

 

너무 오만했던 걸까? 그 사람은 이미 옛날부터 나에게 감정이 없었지만 나는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혼 요구를 당했다.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인가 알아봤더니 나만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있었다. 그 사랑과 믿음에 대한 배신. 내가 너무 순진했고 그 더러운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오만함에 대한 결과.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의 첫 쓰라린 실패.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가 너무 버거웠나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트레스로 인해 온 몸이 말려 들어갈 정도로 전신 마비가 왔다. 열이 39도 넘게 올라갔다. 정말 그 얼굴 보기가 싫고 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여주기 죽기보다 싫었지만, 보호자는 필요하니 응급실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고통을 오롯이 또 혼자 견뎌냈다.

 

육체적인 고통은 몇 주일 안에 금방 끝났지만 감정적인 고통은 오래 갔다. 가벼운 공황 증상이 오고 늘 불안 증세를 안고 살았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너는 마인드가 건강하니 이런 일로 이렇게 힘들어할 거라 생각 못 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혼은 여러모로 힘들었다.

 

그렇다고 이혼이 내 일상 생활을 파괴하도록 냅둘 순 없었다. 새로운 도시로 이주하고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야 했기에 비교적 다른 곳으로 내 주의를 돌렸다. 아팠던 동안 망가졌던 내 몸을 다시 운동을 시작하며 오히려 그 전보다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 감정적인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 주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귀책 사유로 인한 병원 입원비와 상담 치료비를 위자료로 청구하려고 했으나 변호사가 그 부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또 이렇게 피해자는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 채 혼자 스스로 감정적으로, 경제적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참으로 억울한 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끝을 맺으며

Texas Family Court를 통해 이혼 허가는 났고 법적으로는 다시 Single이지만, 아직도 다른 법적 연결 고리때문에 완전히 이혼 과정이 끝난 것이 아니다. (다른 편에서 자세히 쓰겠지만) 전 남편이 파산 신청을 하였고, 이혼 과정 중에 내가 받아야 할 상당 부분의 위자료와 내 법적 권리들이 또 다시 침해당했다. 진짜 엿같은 상황이지.

 

처음에는 참 겁이 났다. 내 인생에 대해서 내린 나의 온전한 결정이 결국 실패로 끝맺어지는 것 같아서 인생의 패배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누구의 잘못이었던 간에 이혼이라는 딱지가 나에게 붙는 것이 부담스럽고 무서웠다. 내 속마음과 울분을, 내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 아닌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이 너무 창피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막상 이혼하고 나니,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변하지 않았고 남들은 내가 이혼한 부분에 대해서 전혀 신경쓰질 않는다. 자식 없이 끝난 이 상황이 더 축복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내 괜한 걱정이었다는거지. 오히려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나에게 부럽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으니 ㅎㅎ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30대를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에 있어서 더 이상 남편이나 시댁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결혼 생활을 해 본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알 것이다 ㅠㅠ), 나혼자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결정내릴 수 있다. 너무 행복하다.

 

내가 앞으로 누구를 다시 믿을 수 있을까? 혹여 나에게 다시 인연이 생긴다면, 내가 그 사람을 온전히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다시 묶이고 싶을까? 이 길고 긴 싸움이 올해는 과연 끝날까? 끝나도 과연 온전히 끝난 것일까? 나는 언제 이 싸움을 감정적으로 끝맺을 수 있을까? 이런 걱정들로 인해 불안 증세도 생겼고 아직도 심리상담가와 주기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결과가 동화처럼 아름답게 끝나지 않을 것도 알고 있다. 어떤 식으로 일이 흘러가던 간에 결혼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결혼이라는 제도와 부부라는 관계 통해서, 내가 지금까지 싱글로써만 살아왔다면 못 느끼고 못 경험했을 부분이 많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참 감사하게 생각한다. 생각의 깊이가 한층 더 깊어지고 인생을 보는 관점이 하나 더 늘어난 느낌.

 

이혼 케이스가 할리우드 셀레브리티들처럼 몇 억, 몇 십억짜리 위자료가 걸리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이혼 변호사는 합의 이혼쪽으로 일을 진행시킨다. 나는 상대방에게 귀책 사유가 있었기에 합의 이혼이 아닌 이혼 소송을 걸었지만, 결국 마무리는 이혼 조정을 통해서 (반강제적으로) 평화롭게 해결된 편이다. 정말 몇 억짜리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본인의 변호사 선임비와 정신 건강을 생각해서, 바보같이 질질 끌 필요는 전혀! 없다. 억울하고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고 싶은 맘, 절절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 과정 이후에 본인의 인생이 그 사람보다 몇 십배, 몇 백배는 훨씬 빛날 것이기에 그 더러운 흙탕물 싸움에 오래 있을 필요가 없다. 화이팅.

 

정말 이 길고 (어찌보면 감정적으로 ㅋㅋ) 더러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다음 얘기는 내 평생 생각지도 않았던 채권자로써의 미국 파산 신청에 대해서 글을 써볼게요. 에잇 퉤.

 

부록

  • 텍사스에서 이혼을 신청하려면 적어도 거주 county (우리 나라로 치면 행정 지역 "구"라고 얘기하면 되려나) 에서 6개월 이상은 지내야 한다. 새 county로 이사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면 이혼을 하고 싶어도 6개월 찰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 뭐같은 상황.
  • 그 county 내, state 내에서 법적 절차가 이루어 지기 때문에 혹여나 텍사스 외 지역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변호사는 그 지역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 나는 시애틀, 워싱턴 주로 옮기기 전에 이미 휴스턴에서 이혼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사 후에는 이메일과 전화로 거의 의사 소통을 했다. 어차피 코로나 터지고 나서는 다 온라인으로 대화했지만.
  • 이혼 절차 중에 청문회, 증거 리뷰 같은 법원 출석 과정이 있지만, 역시 코로나 때문에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청문회 자체가 일정이 잡히지가 않고 만약 잡히더라도 법조인 (판사 + 변호사들)이나 아예 줌으로 진행 되는 추세.
  • 워싱턴 주는 다른 주에 등록된 차량은 30일 내에 워싱턴 주에 차량 등록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나는 현금 위자료를 받는 일정 부분을 자동차 할부금 그 사람이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차의 소유권을 가지게 될 수 있었다. 이혼 조정 덕분에(?)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 하더라도, 할부 명의는 전 남편으로 되어 있기에 차량 등록을 하려면 전 남편의 동의서가 필요했다. 아니 근데, 만약 (내 케이스는 아니지만) 전 남편이나 전 와이프가 너무 폭력적이라 restraining order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면 보통 연락을 주고 받을 수도 없는 상황도 있는 데 그런 케이스는 어쩌라는 건지. 참, 미국이나 한국이나 피해자가 법적 보호 못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내 차는 텍사스 번호판이다, 워싱턴 번호판이 아니고.